"이미 실험은 끝났습니다. 현재보다 더 큰 기능과 역할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관계자와 학자들 입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까지 합의를 해야 하는 현재의 운영방식에 지친 이들은 인수위의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합의를 전제로 해 노사정위를 운영해본 결과 국력만 낭비했지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전문가들은 인수위의 구상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치기를 바라고 있다. 인수위의 방침은 노사정위원장의 직급을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구조 확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공약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인수위의 의욕대로만 된다면 이보다 좋은 방식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1998년 노사정위가 출범했으나 핵심쟁점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만 부추겨왔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주5일근무제의 경우 지난 2년여 동안 노·사·정 대표들이 모여 제도 도입의 대원칙에 찬성한 후 합의도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서로의 이익이 엇갈리는 세세한 내용까지 합의하려다 보니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면 맞장구 치고 반하면 등을 돌리는 게 노동계와 재계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한 발짝 양보라는 것은 어쩌면 순진한 생각이다. 이 때문인지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하는 방식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왔다. 스웨덴 호주 네덜란드 등이 한때 사회당이나 노동당에서 집권할 때 노동계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노사정위와 비슷한 기구를 운영했지만 합의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노사합의를 위한 모임이 잘못된 만남이란 걸 오랫동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수위가 앞으로 어떠한 그림을 그려야 할지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인수위가 또다른 실험을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