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재용씨에게 어떻게 부를 이전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이 재용씨 등 자녀와 임원들에게 계열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변칙증여 행위에 대해 국세청이 사상 최대규모의 증여세를 과세한 것과 관련, 향후 삼성의 대응과 법원의 판결이 이 제도 도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의 부 이전완료 = 삼성의 부 이전은 지난 96년부터 본격화됐다. 삼성은 재용씨에게 현금을 증여, 상장 직전의 에스원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게 했고 에스원은 곧바로 상장돼 재용씨는 상당한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변칙증여 행위에 대해 세법에 열거돼 있지 않으면 과세할 수 없다는 '열거주의 과세' 원칙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조세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이익이 사실상 무상으로 전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해야 하며 그에 따라 완전포괄주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냈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후 삼성은 재용씨에 대해 계열사 주식이나 BW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를 늘려갔으나 과세당국은 그 때마다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했다.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한계 때문이었다. 재용씨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35세의 나이에 국내 최고의 젊은 부호로 부각됐다. 대주주 지분 정보제공업체 에퀴터블(www.equitable.co.kr)은 지난해말 상장.비상장 보유 주식을 기준으로 재산을 추정한 결과 재용씨의 재산이 7천7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 삼성SDS 사례 = 삼성은 계열사 삼성SDS를 통해 지난 99년 2월 재용씨를 포함한 이 회장의 네 자녀와 삼성구조조정본부 임원 2명에게 BW를 발행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과세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510억원을 부과받았다. 국세청은 재용씨 등에 대한 BW 저가발행에 따른 변칙증여 여부 등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2002년 4월 증여세를 과세했다. 재용씨 등은 세금을 일단 낸뒤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하자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BW는 채권자에게 일정기간이 지난뒤 특정한 가격에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사채로 90년대말이후 재벌 등 부유층의 변칙적인 부의 이동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 삼성SDS 사례, 판결 관심 = 국세심판원은 심판청구 제기일로부터 보통 3개월이내에 결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증여세 부과 규모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6개월을 넘긴 5일 현재 최종 판단을 미루고 있다. 국세심판원은 심판청구 제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제기한 쪽에서 법원에 행정심판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용씨 측은 국세심판원의 결정을 보아가면서 법원에 행정심판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심판원 관계자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재용씨측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과세당국인 국세청이 재벌의 변칙증여 행위에 적극 대응해 '경제적 이익이 무상으로 전달되는 경우 과세한다'는 사실상의 포괄주의를 적용한 것으로 재용씨 측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판결이 향후 완전포괄주의 도입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 재벌 등 부유층의 변칙적인 증여 및 부 부풀리기를 차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지 여부와 △ 세법이 정한대로만 과세가 가능하다는 열거주의 과세방식이 타당한지 △ 포괄주의 과세방식이 조세법률주의 등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요소는 없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인 심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복잡.다양한 자본거래 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사전대처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포괄주의 과세에 대해 사회가 점차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법원도 이 사건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전문가 견해 = 한 조세전문가는 "삼성이 재용씨에게 부 이전을 시작할 당시에는 증여세 부과원칙이 열거주의 원칙이어서 다양한 방법의 변칙 증여 행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이익을 준 것으로 판단되는 증여에 대해서는 무조건 과세를 하는 완전포괄주의 제도 도입은 삼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때늦은 감이 없지만 향후 재벌 등 부유층의 변칙증여를 차단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