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인수위의 '언론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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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어떻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2일 오후 6시께 대통령직 인수위가 설치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경제2분과위 김대환 간사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4층 기자실을 찾았다.
방송은 물론 상당수 신문들이 3일자 가판에 비중있게 다룬 기사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재벌의 구조조정본부 폐지여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필요할 경우 별도로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인수위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인수위의 공식견해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인수위측은 위원들이 원활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기자들의 인수위원 취재시간을 오전 오후 각각 한차례 1시간씩으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오전 11시가 되자 인수위 각 분과위 사무실에선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기자들은 평소 국회 상임위나 정당의 당직자를 취재할 때와 마찬가지로 관심사항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교수출신 인수위원들은 소신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문제는 언론이 책임있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인 만큼 이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불거졌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임채정 인수위원장까지 달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인수위가 빚고 있는 혼란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현판식을 갖고 첫 업무에 들어간 날에는 조흥은행 매각문제와 선물시장 부산 이관 문제를 인수위가 챙길 주요 현안으로 지목했다.
그러더니 사흘만에 "이들 문제는 정부에 맡기기로 했다"며 발을 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 취소를 발표했을 때도 "경위를 알아보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가 바로 다음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며 '없던 일'로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학교수 출신 인수위원들은 언론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취재기자들은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는 인사의 발언을 무시할 수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정권 인수인계 관행 못지않게 언론과 인수위간의 관계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인수·인계돼야 할 것 같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