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의 경기전망은 암울한 회색 빛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새해 경제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OFCE 경제 연구소 장 폴 피투시 소장은 워낙 최근 상황이 불확실해 경기 전망 통계 수치 자체를 믿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프랑스와 독일경제가 중증을 앓고 있는게 주요 원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심각한 고실업과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독일의 실업자는 4백22만명으로, 5년만의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올 1분기 말에는 4백50만명을 넘어 설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의 실업자수도 2년여만의 최고 수준인 2백44만명에 이르렀다.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면서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신규고용도 기대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유럽경제에 또다른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나마 미국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활력을 보여 유럽경제의 침체를 막고 있으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중동분쟁으로 유가가 폭등할 경우 유럽경제은 또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수도 있다.

특히 독일경제는 디플레 조짐이 나타나면서 일본의 장기침체를 답습하려 한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크리스티앙 드와시외 소르본느 대학 교수는 현재 유럽의 실업률 급증은 90년대 초반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한다.

당시 유럽단일통화 출범을 위해 긴축통화정책을 실시하면서 실업률이 급증하고 이는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유럽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긴축 통화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의 성정안정 협약이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