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세계경제에 '막강파워'를 행사할 인물들은 누구일까.

새해 '경제기상도'가 그리 쾌청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구촌 경제를 이끌어 갈 핵심인물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자국은 물론 전세계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경제의 중심에 선 인물.

월가는 물론 세계증시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단연 톱이다.

연방기금 금리(현재 1.25%)가 40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운신폭이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그의 말한마디에 울고 웃는다.

올해의 경우 그가 언제, 어느 폭으로 금리를 올릴지가 관심사다.

임기는 내년 6월까지.

미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지난해처럼 '중도하차설'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 존 스노 미 재무장관 ='강한 달러' 주창자였던 폴 오닐의 뒤를 이은 그가 어떤 달러정책을 펼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무명에 가깝다는 핸디캡 등으로 임명직후 월가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달러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공식적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그가 예상과는 달리 '약한 달러'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성적표는 부시행정부 감세안의 성공적 이행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원자바오 중국 부총리 =오는 3월 전인대(全人代)에서 주룽지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후진타오 당총서기와 함께 중국경제개혁을 주도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중국정부가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농업.금융분야 경제통이다.

따라서 실업자급증, 금융권부실 등 중국경제의 고질적 난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최대관심사다.

그의 개혁이 성공하면 중국은 '비상하는 용'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달 것이고, 세계기업들의 중국행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업무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났지만 주 총리와 같은 리더십을 갖출지는 미지수다.

<>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금융.경제재정상 =지난해 경제재정상 및 금융상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음에도 불구, 보수파에 밀려 금융개혁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개혁적 성향으로 볼때 올해는 어떤 형태로든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융권 부실채권에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동안 "4대은행도 도태의 예외가 아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한다" 등 '폭탄성 발언'을 거듭해 왔다.

<>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금리인하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ECB의 사령탑이다.

지난해 12월 1년여만에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비판을 들었다.

헤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금리인하에 미온적인 점을 들어 "뒤젠베르크가 유럽경제후퇴의 책임자"라고 비난했다.

유로존경제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그가 기존의 '인플레 억제'에서 '성장 우선'으로 입장을 바꿀지 주목된다.

<>이나사오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인 남미경제 운명을 거머진 핵심인물이다.

지난해 10월 결선투표에서 여당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브라질에 첫 좌파정권을 탄생시켰으나 국제금융시장은 디폴트(국가채무불이행) 선언 우려로 한때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그가 당선 이후 "국제협약을 존중하겠다"고 강조한뒤 주가가 10%이상 오르고 통화가치도 안정되는 등 브라질경제에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1월1일 취임하는 그가 위기의 브라질경제를 회생시키면 새해엔 '남미발 세계경제위기'라는 수식어가 줄어들 것이다.

<> 릴와누 루크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 =세계경제의 핵심변수인 국제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그는 기본적으로 'OPEC이 원유생산량을 줄여 고유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1백50만~1백70만배럴 줄이기로 한 OPEC 결정을 주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는 고유가로 단결력이 약화되고 있는 회원국들을 새롭게 결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증산에 나서고 있는 비회원국들에 어떤 협상카드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