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을 추모하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31일 오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60여개 지역과 해외에서 동시에 열렸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 2만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 집회를 열고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SOFA 개정 등을 촉구했다.

범대위측은 주한 미대사관을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행사"를 시도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했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시민들은 오후 11시께 추모행사를 마친 뒤 자진해산해 집으로 돌아가거나 인근 보신각으로 이동해 2002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지켜봤다.

한편 사이버 범대위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는 "이제 촛불시위를 단순한 "반미"시위에서 "반전평화" 시위로 전환해야 된다","북핵위기 등 주변상황에 비춰 주한미군철수 주장은 무리인 것 같다"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져 향후 촛불시위의 성격과 방향을 둘러싸고 네티즌과 시민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범대위측은 2003년을 "자주와 평화의 해"로 선언하고 다음달 25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범국민 평화촛불 대행진"을 매달 정기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