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에 온 국민이 매달린지 5년.

과연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기업과 정부가 심하게 대립하거나 반목 관계를 유지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상생 관계'를 서둘러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게임의 룰을 만들고 반칙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 받고 여론의 지탄을 받는 풍토로는 글로벌 마켓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비가 적게 드는 중국 등지로 생산라인이 옮겨감에 따라 국내 제조업 기반은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아날로그식의 규제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이같은 제조업 이탈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도록 목을 죄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기업개혁의 초점도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기업의 경영이 투명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기업활동 자체를 옥죄는 규제는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정창영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추락중이어서 그 충격이 언제 우리에게 미칠지 모른다"며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규제 자체를 최소화하고 기존 조치들이 부작용 없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정치는 물론 금융 재벌 공공부문 및 노사관계의 혁신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축하논평 등을 통해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성숙한 기업경쟁력 제고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백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 조사 결과 최고경영자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과제로 전체의 72.5%(복수응답)가 '경제활력 제고'라고 응답했다.

새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경제 활력을 높이는데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CEO들은 이어 공공·금융부문 개혁(27.5%) 노동유연성 강화(21.6%) 수출 진작(21.6%) 부실기업 정리를 비롯한 기업구조조정(21.6%) 등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최고경영자들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기업이 잘 굴러가야 한다.

또 기업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일성으로 이야기했듯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서 최고경영자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출자제한 등의 규제를 철폐'(41.4%)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유연성을 강화(31.0%)하고 법인세 등 세금을 감면(13.8%)하는 것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요건으로 지목했다.

새 정부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절대다수(81.2%)가 '기업활동에 대한 감시는 시장에 맡기고 직접적인 정부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방지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현 제도는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는 각각 9.4%에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최근 전경련이 5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기업활동을 위해 개선돼야 할 과제로 '정부의 직.간접 규제'를 거론한 경우가 34.3%로 가장 많았다"며 "새 정부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식.권영설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