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은 지난 1897년 설립된 이래 일제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개발연대 등을 거치며 한국 금융사의 주역을 맡아왔다. 80년대 '영동개발 사건'으로 자본금을 까먹기도 하고 외환위기 때는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혀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은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오랜 전통과 특유의 응집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올 1월 대통령 신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은행 구조조정의 성공모델로 언급되고 4월9일엔 정부로부터 독자생존 가능 은행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부실을 털고 도약하려는 순간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과정에서 신한지주에 팔릴 운명에 처했다. 한편 조흥은행이 매각되고 나면 외환위기 이전 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하던 5대 시중은행들은 한결같이 독자생존에 실패하는 비운의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등이 모두 합병을 통해 간판을 바꿔 달거나 외국투자펀드에 팔린 것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