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뉴라운드(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북한 개성공단 조성 등 굵직한 대외 경제현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이들 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통해 새 정부의 향후 대외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대외 개방과 관련, 어정쩡한 협상전략과 교섭력 부재로 '반쪽짜리 통상'에 그친 현 정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심거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개방할 때는 해야 하지만 사전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경제분야 TV토론)고 지적,현 정부보다는 신중한 시장개방 전략을 펼 것으로 점쳐진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대규모 대북 지원은 정치.군사적 화해와 연계한다"(공약집)는 원칙 아래 '끈질긴 대화와 설득'을 강조, 다소간 속도 조절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외 개방은 계속 확대 노 당선자는 "개방이 나쁜 것만은 아니며 개방하지 않았다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며 "효율적인 통상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개방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전격 타결된 한.칠레 FTA에 이어 일본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주변 교역국들과의 FTA 협상도 본격 추진, 동아시아 경제협력 토대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노 당선자는 세계 무역질서를 새로 짜는 DDA 협상에도 주도적으로 참여, 반덤핑 보조금 투자 경쟁정책 환경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 국내 기업의 입장을 적극 반영시킨다는 구상이다. ◆ 개방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 노 당선자는 "개방 전에 조사를 충분히 하고 보상대책도 만들어 보상계획과 개방협약이 함께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겠다"며 농업 서비스 등 취약산업의 피해 대책을 제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FTA 추진.이행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품목별 피해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시장접근 및 국내보조 협상에서 농어민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생각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지원책을 활용, 다양한 직불제를 도입하고 농업 예산의 20% 수준까지 피해 보전에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한.칠레 FTA 국회 비준도 피해 보상방안을 마련한 뒤 신중히 처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004년 재협상을 벌이는 쌀 시장개방 문제에 대해선 관세화 유예조치를 관철시킨다는 의지를 내비쳐 주요 농산물 수출국과의 협상에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대규모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 분리 개성공단, 금강산 철도 연결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남북 경협은 북핵 등 정치.군사적 문제 해결과 북한의 경제제도 정비와 연계해 추진한다는게 노 당선자의 기본 구상이다. 노 당선자는 정부가 남북한간 화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 북한의 태도 변화와 북.미 관계 향배에 따라 경협 추진 속도와 폭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노 당선자는 지속적인 남북 당국간의 접촉을 통해 투자보장 등 4대 합의서를 조속히 발효시키고 '3통'(통행.통신.통관).원산지 증명.산업 표준화 등 본격 경협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들을 미리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동북아개발은행 설립과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북한 경제 재건을 지원하는 방안을 미국 일본 중국 등 이해 당사국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 남북간 경협 인프라 구축 노 당선자는 남북 연구기관간 공동 기구를 설립해 경제공동체 청사진을 수립하고 경제공동구역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경제공동구역은 남북 화해의 의미를 담아 경의선.동해선 연결구간에 조성하고 1천개사 이상의 남쪽 기업을 입주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공동시장 경제협력센터 경제연구센터 등 경협 지원기관을 설치하고 향후 창설되는 동북아 경제협력기구의 산하기구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노 당선자는 아울러 남북을 잇는 한반도 고속정보통신망을 깔고 환경오염 공동 실태조사와 환경기본협정 체결 등 환경 협력체제도 마련, 다각적인 경협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 노무현 당선자의 대외경제정책 ] < 통상정책 > 적극적.효율적 통상시스템 구축 -자유무역협정(FTA) 적극 추진:일본 중국 아세안 등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대비:투명 협상, 국민공감대 유도 -통상체계.기능 개편:산재된 기능 재검토, 민간전문가 영입 농어업.서비스 피해 최소화 -'FTA 추진.이행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품목별 피해대책 수립 -2004년 쌀개방 재협상시 관세화 유예 관철 -시장접근 등 협상시 농어민 입장 최대한 반영:다양한 직불제 도입, 농업예산 20% 수준 피해 보전 -한.칠레 FTA관련 피해 구제 장치 마련 -협상비준안.피해대책안 국회서 동시 처리 < 남북경협 > 인도주의 원칙과 국민합의 따라 지원결정 -인도적 지원대상에 의료도 포함 -전력 인프라 등 대규모 정부지원은 정치.군사 화해, 북한 경제제도 정비와 연계 -민간 경협관련 제도적 장치 정비:3通(통행.통신.통관) 원산지증명 산업표준화 등 제도 통일. 4대합의서 조속발효 -북한 경제재건 지원:국제 컨소시엄 구성,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남북간 경협인프라 구축 -남북 경제공동체 청사진 수립:연구기관 공동조사.연구 -남북 경제공동구역 설치:금강산 개성공단 등 -한반도 고속정보통신망 구축 -남북 환경협력체제 구축:환경오염 공동 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