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는 지난9월 1백15개 기업을 선정,10개의 연구클러스터(Cluster)를 만들었다. 기술수준이 낮은 주요분야 연구소들을 한데모아 공통애로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기다리기나 한듯 산업자원부가 연구개발 클러스터에 산업생산클러스터를 합친 지식기반산업집적지를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중소기업청까지 끼어들었다. 5개 정도의 기술클러스터를 만들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기술연구회 시범사업을 펼치겠다고 나온 것이다. 과학기술분야 기능중복 문제가 심각하다. 한 부처에서 정책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다른 부처가 이를 베껴댄다. 부처별로 관련산업 육성,인력확보 등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인다. 기능중복 문제는 이제 고질병처럼 돼버렸다. 이 같은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없다. 미래 유망분야인 바이오쪽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6월 '바이오산업 경쟁력강화 전략회의'를 열고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5대 전략과 38개 과제를 내놨다. 과기부도 생명공학육성법안을 만들고 바이오기술(BT)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집중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제약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바이오분야 연구개발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 BT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충북 오송에서 열린 국제바이오엑스포에서 6개 부처가 별도 홍보관을 낸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외국진출을 돕기 위한 해외기술지원센터 설립 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부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아이파크'를 세우자 산업자원부가 미국 샌디에이고에 '바이오파크' 설립을 추진했다. 보건복지부는 스코틀랜드에 바이오제약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참고할 수는 있다. 문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가 난 아이파크 사례를 무턱대고 베끼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불투명한 사업성과 예산확보 실패 등으로 결국 바이오파크 조성계획은 백지화됐다. 바이오제약센터 프로젝트 추진도 중단됐다. 이공계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놓고도 과열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이공계 학생의 해외연수를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내 이공계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지원 계획을 내놨다. 한술 더 떠 산업자원부는 산업기술인력에 장학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인증분야 업무중복도 심각한 상태다. 과기부가 산업기술진흥협회를 통해 국산신기술인정제도인 KT마크를 만들자 산자부는 중소기업청을 통해 신기술인증제도인 NT마크를 서둘러 도입했다.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분야도 마찬가지다. 소규모 행사를 놓고도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기부가 과학문화재단을 통해 모형항공기경진대회를 만들자 산자부에서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주최 로봇항공기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이 같은 기능중복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비슷 비슷한 사업들을 하기 위해 예산을 중복투자할 수밖에 없다. 중기청과 정통부가 똑같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전자바둑판개발 과제에 각각 5천2백만원과 9천4백만원을 지원한 것도 그 사례의 하나다. 산자부는 중기청이 지난해 6월 전자기파 흡수 및 도청방지용전도성 고분자 개발과제에 자금을 지원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돈을 대줬다. 인력증원도 부작용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려야 한다. 결국 조직이 비대해지고 예산규모도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민철구 연구위원은 "과학기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부처간 중복사업이 시급히 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바이오팀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