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남에 따라 '재계 수장'으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에 대해 경제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전경련 회장들이 대개 연임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차기 회장은 새 정권의 임기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9년 10월부터 26∼27대 회장을 맡은 김각중 현 회장(경방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로 끝난다. 현재로선 차기 회장을 맡겠다는 뜻을 비치는 회장들은 전무한 상태다.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도 재계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 데는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회장 교체의 불가피성을 지적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자들을 거론하고 있다. 차기 회장은 내년 2월20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전경련 회장은 통상 회장단에서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현재 회장단에 부회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22명중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총수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 LG 구본무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손길승 회장,효성 조석래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이다. 당장 관심을 끄는 총수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은 여타 주요 그룹 총수들과는 달리 전경련 행사에 자주 참석해 얼굴을 비치곤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대선 직후에 열린 '전경련 회장단 송년모임'에도 참석했으며 지난 5월에 이어 9월에도 회장단 회의에 참석, '주5일 근무제 도입문제에 대한 재계의 활동방안' 등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께서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신 것 같다"면서도 "전경련 행사에도 이 회장이 참석하면 분위기가 살고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6월 회장단 회의에 이어 9월의 전경련 창립 40주년 기념리셉션에도 참석하는 등 해외 출장기간을 제외하고는 전경련 모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렇지만 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최근 행보로 인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6월 '전경련의 주선'으로 곤지암CC에서 회장단을 초청해 친선 골프모임을 가진 것을 제외하고는 전경련 활동을 자제해온 케이스. 이 때문에 차기 회장 자리에는 거의 뜻이 없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재계 서열 2위를 지키는 총수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석래 회장과 김승연 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조 회장은 전경련의 최고참 부회장인 데다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을 맡고 있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점수를 얻고 있다. 김 회장은 미국 부시 대통령 일가와도 친분을 쌓고 있는 데다 지난 81년 8월 이후 21년간이나 그룹 회장을 맡아 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총수들 중에서도 손길승 회장 등이 오래전부터 '차기 회장감'으로 지목돼 왔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는 내년 1월 말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전경련 회장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안되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