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내년에 다소간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심각한 테러공격이 재연될 경우 재차 경기후퇴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이 23일 전망했다. 웰스파고의 손성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01년의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미약한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이라크 사태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가정한 것"이라면서 "이라크 전쟁이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질질 끄는 최악의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기업 신뢰지수에 심각한 타격을 미쳐 `더블 딥'(이중하강)에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올해 2.7%로 추정되는 미 경제성장률이 2003년에는 3∼3.4%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급여세, 투자세 등 일부 세금 감면이 이뤄지고 실업수당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는 성장 전망치다. 손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정부의 성장 유인책은 "다분히 상징적"이라면서"이는 미 경제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소비자와 기업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미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 왔으며 내년에도 지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간의 소비 위축은 자본 지출의 위축을 야기했다. 노무라증권의 데이비드 레슬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90년대에는 자본지출이 적정한 수준을 초과했다"면서 "특히 과학기술 및 통신분야에 과잉 투자가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분야의 과잉 생산능력은 파산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현재 감소 추세에 있으며, 향후 수년간의 확장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레슬러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1990년대와 같은 붐은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면서 "경제 회복이 느린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기업 스캔들로 기업 신뢰지수가 떨어진 것도 자본 지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인력감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내년에도운을 기대할 만한 게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모건 스탠리의 리처드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3% 성장을 한다면 실업률이추가로 현저히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실업률을 눈에 띄게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무역의 불균형도 미국의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유럽과 다른 지역의 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미국의 수출 확대에 차질이빚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 "미국 밖에서는 성장의 엔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 A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