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일부 기관의 펀드환매가 주가급락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은 투신사 자산운용회사 등에 아웃소싱(위탁운용)한 주식형펀드를 일부 환매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자금 스케줄상 환매 예정돼 있던 펀드 자금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다른 기관들도 연말 결산에 대비, 주식형펀드에 맡긴 자금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날 하나은행의 장마감 대량매매를 제외한 기관의 순매수 금액은 6백29억원에 달했다. 기관의 프로그램매수가 1천6백6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셈이다. 국민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날 주된 매도세력은 투신권이었으며 펀드환매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신권이 주로 편입하고 있는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LG전자 LG화학 삼성전기 등 지수관련 대형주의 주가낙폭이 두드러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피데스투자자문 신성수 이사는 "연말 결산을 앞둔 기관자금의 수익증권 환매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선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일단락된데다 이라크 전쟁 및 북한 핵문제 등 시장외적인 불안 요인이 불거지면서 투신권 매물을 받아줄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돼 하락장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자칫 기관 자금의 펀드 환매가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