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지역 5㎿ 원자로에 설치된 대부분의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못하게 한 것은 핵동결 해제를 위한 구체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IAEA(국제원자력기구)측이 핵 감시시설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직접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것이 단순한 협박용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단계적 조치 밟는 북한=IAEA가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북한 핵시설은 △영변 핵단지의 5㎿ 및 50㎿ 원자로 △재처리 시설로 추정되는 방사화학 실험실 △폐연료봉 저장소 등 5곳이다. 이 중 북한은 5㎿ 원자로에만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단 핵무기 제조보다는 전력 생산을 위한 의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1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동결 해제 선언은 미국이 주장하는 '핵무기 개발계획'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5천㎾에 불과해 전력 생산보다는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스처로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압박 수단에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다. 북한은 좀더 강력한 수단으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폐연료봉의 봉인을 뜯어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폐연료봉 봉인을 제거할 경우 '평화적 방법'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히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경제제재 등 대북 압박강도를 높여갈 것이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응 조치가 예상된다. ◆정부 대응=정부는 22일 북한에 원상회복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긴급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일·유럽연합(EU)·중·러 등 국가들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이번 사태에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5㎿ 원자로가 실제 가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1,2개월이 필요하고 가동된 후 나오는 폐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다시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고 보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