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십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데칼로그'의 저자인 철학자 김용규씨(50)는 "경전을 그 종교의 언어로 설명하면 자폐적이 된다"고 지적한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위해 경전을 철학적 문화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클라시커 50 성서'(크리스티안 에클 지음,오화영 옮김,해냄,1만5천원)는 구약성서의 50가지 이야기를 헤브라이 민족의 신화와 문화로 설명한 책이다. 관련 기록과 구전들이 이스라엘 민족의 성서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구약에 담긴 사건들과 그 배경,이면에 담긴 의미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예컨대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에서 야훼는 "성과 대를 쌓고 우리 이름을 내고 온 땅에 흩어짐을 면하자"고 한 인간들을 왜 가로막았을까.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징벌이라는 전통적인 성서 해석과 달리 저자는 야훼가 유목민의 하나님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야훼는 인간이 거대한 도시를 세우고 도시의 신들이 하나님보다 더 위대한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또 한 쌍의 부부에서 시작한 인간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게 된 논리적 모순을 신화적으로 설명하려 한 것이라고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요나서에 나오는 요나와 물고기 이야기에서는 야훼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온 세계의 하나님이며 모든 사람들이 다 잘되기를 바라므로 이교도들도 하나님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라는 교훈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이 책은 구약의 주요 사건에 관한 에세이를 통해 성서의 기원과 편집의 역사,각 사건마다 관련 자료와 음악 그림 영화까지 소개하면서 성서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