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 기업들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가운데서도 극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고문의 대선 출마 선언 당시부터 정치적인 부분과는 명확히 선을 그어온 만큼 노후보의 당선이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단 공식적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기업이 할 일을 해나갈 따름"이라며 "정치적인 부분에 전혀 관여해 오지 않은 만큼 누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앞날이 달라질 것은 조금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도 "처음부터 현대차는 이번 대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대선 결과가 경영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기업들은 정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출마했던 92년 대선 때와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부분과는 거리를 두기위해 부심해 왔다. 현대중공업만 하더라도 정 후보의 대선 출마와 관련,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선을 긋기 위해 노력해왔고 현대차도 공식적으로 정경분리 선언을 한데 이어 정몽구회장의 경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외국출장 외에 다른 공식적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등 애써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현대가 기업들은 대선이 끝난 이제부터야말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갑작스러운 정 후보의 노후보 지지 철회에 따른 노-정 공조파기가 혹시나 향후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도 보여지고 있다. 특히 98년에 이뤄졌던 발전설비 빅딜의 문제점을 줄곧 제기하며 발전설비 부분의 재진출을 기대했던 현대중공업 일각에서는 정 후보의 공조파기가 내심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치적인 사안과 결부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기업이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에 대해 당선자 역시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고있으며 기업이 불이익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송수경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