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주목하십시요. 그간 미국과 베트남에서 키운 '닭'이 드디어 '달걀'을 낳게 되니까요."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사장(55)은 새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이 주인인 다국적 제약기업'이란 회사 비전이 구체화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5백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앨러버머주 루번시에 건설한 현지 제약공장에서 내년 1월부터 소화제 비타민제 항산화제 등 일반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을 생산된다. 국내 제약업체중 미국 현지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아 의약품을 생산, 판매하기는 유나이티드가 처음이다. 강 사장은 "'Made in USA' 의약품으로 미국과 유럽,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장을 세웠다"며 "내년에 1백억원어치를 생산, 15% 정도의 이익을 남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내년 3월부터 가동되는 베트남 공장을 동남아시장 공략 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 공장건설에 들어간 돈은 5백만달러. 올해말까지 고혈압 당뇨병 항암제 등 전문 의약품 계통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1백20억원이상 생산할 방침이다. 2004년부터 아세안 회원국간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강 사장은 기업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세계화'로 꼽고 있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5조원이지만 세계 제약시장은 무려 5백조원에 달한다. 99%의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위해 글로벌 경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졸업 후 ROTC로 군복무를 마친 다음 영업사원으로 스위스산도스제약에 들어갔다. 6개월간 영어로 사내교육을 받은 뒤 병원에 약을 팔았다. 한달에 한번씩 구두 뒷굽을 갈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세일즈맨 수업을 했다. 지난 87년 퇴직금 5천만원을 종자돈으로 부도가 난 락희제약을 인수, 경영자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다른 제약사들처럼 외국에서 약을 수입해 팔았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항암제 '빙크리스틴'을 수입해 다른 나라에 팔았습니다." 유나이티드제약의 성가를 높여준 제품은 지난 94년 개발된 피로회복제 '홈타민'. 국내보다 베트남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99년 5백만달러를 수출한데 이어 지난해엔 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엔 지난해(4백30억원)보다 23% 늘어난 5백3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당기순이익은 120%늘어난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당뇨병 고혈압약 등 20여개 신제품을 시판, 매출 7백30억원에 8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겠다"는게 강 사장의 목표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연말까지 경력 및 신입사원 50여명을 채용, 영업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사로 키우려면 무엇보다도 인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초부터 사원 1~2명을 현지기반이 있는 미국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내보내겠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MBA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강 사장은 2개월에 15일 가량을 외국에서 보낸다. 글로벌 경영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제약산업의 경영 효율성에 관한 연구'란 논문으로 내년 2월에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강 사장은 '무엇 때문에(Because of)'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끈질기게 도전하면 반드시 해결할수 있다는 것이 강 사장의 신념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