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대형 할리우드 영화를 공동 제작한다. 영화제작배급업체 씨네아시아(대표 오장환)는 17일 총 제작비 4천5백만달러(약 5백40억원)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팬터지영화 '크래시 더미(Crash Dummies)'를 미국 크래시더미사와 공동제작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에 미국 영화사가 투자하는 형태의 한·미 합작영화는 그동안 몇 편 만들어졌지만 한국 영화사가 대형 할리우드 영화의 투자와 제작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래시 더미'는 40여년 전 미국 정부가 자동차 충돌시험 때 쓰기 위해 개발한 인형 캐릭터로 이 인형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10억개 이상 팔렸다. 이 영화는 인형과 사람의 사랑과 배신을 그린 팬터지물이다. '크래시 더미'는 '베이브'의 작가 크리스 누넌이 시나리오를 쓰고 흥행작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공동제작자였던 더그 로다토가 감독을,씨네아시아의 오장환 대표가 투자와 총제작을 각각 맡는다. 특히 '해리 포터'로 성가를 높인 짐핸슨사가 얼굴 특수효과를 담당하고 '반지의 제왕' 제작에 참여했던 애니멀로직사가 영상을 꾸미게 된다. 주연 배우로는 '레인 메이커''트윈스' 등에 출연했던 데니 드 비토가 거론되고 있다. 제작팀은 2003년 4월께 촬영에 들어가 2004년말 전세계에서 개봉할 계획이다. 순제작비 2천5백만달러는 씨네아시아측이 5백만달러를 부담하고 크래시더미사의 보증을 통한 미국 은행의 대출과 해외 배급판권 1천2백만달러,룩셈부르크 영국 캐나다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8백만달러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2천만달러의 마케팅 및 배급비용은 제작팀이 추가 모금을 하거나 할리우드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개봉 후 흥행수익은 씨네아시아와 크래시더미사가 절반씩 나누게 된다. 두 회사는 자동차 충돌실험용 인형에 대한 영화화 및 캐릭터 등에 관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디오와 DVD 캐릭터사업 등에서도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최근 방한한 로다토는 "아시아권 영화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사업자를 파트너로 택했다"며 "이번 공동제작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다토는 뉴욕대와 하버드 대학원 출신의 영화 제작자로 독립영화 '베스트 샷'을 연출했다. 오 대표는 일리노이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아더 영에서 공인회계사를 지내면서 할리우드에 인맥을 구축했으며 지난해 초 씨네아시아를 설립해 국내 문화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해 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