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김환기 장욱진.이들은 근·현대 미술가 중 가장 거래가 잘되는 '빅3' 작가로 통한다. 대중적 인기면에서 보면 이중섭이 박수근 다음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소장가들이 시장에 내놓질 않아 거래가 거의 없다. '빅3'가 근·현대 미술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들 작품은 경매를 통해 거래되거나 아니면 화랑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화랑을 통한 거래는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때문에 경매에서 낙찰된 '빅3' 작품이 시장 규모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다. 미술품 경매업체인 (주)서울옥션이 올해 일곱차례 실시한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서 박수근 그림은 5억5백만원에 낙찰돼 근·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아이업은 소녀',5억원에 낙찰된 '노상' 등을 포함해 모두 12점이 팔렸다. 거래 규모는 21억8천만원. 다음으로 장욱진이 10점에 5억원,김환기는 8점에 4억5천만원이었다. '빅3'를 합한 거래 규모는 31억3천만원이었다. 올해 서울옥션의 매출 규모는 1백억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볼 때 '빅3'가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는 얘기다. 서울옥션 매출에는 와인 경매 등 근·현대 미술품 이외의 매출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이보다 높아진다. '빅3'의 비중이 이처럼 높다는 점은 미술시장 발전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미술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극소수 인기작가의 작품만을 선호하고 대다수 중견작가나 신진작가의 작품은 외면당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