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카렌스II의 생산연장 논의가 이뤄지면서 경유승용차의 운명이 관심사로 부상했다. 경제장관들이 자동차산업을 배려해 생산연장에 공감대를 이룬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문제는 이에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와의 합의도출이다. 이 문제는 제조업정책과 환경정책이 충돌한 첫 케이스인 데다 향후 경유차 시판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국내 차업계는 물론 한국에서 경유승용차판매를 노리는 외국차회사들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왜 하필 카렌스인가 =지난 8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카렌스II는 경유다목적차(RV)에서 경유승용차로 분류돼 현재 우리 기술로선 충족시킬 수 없는 배기가스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정부는 당초 국내 대기오염방지와 함께 국내 디젤차기술을 압도하는 독일 등 외국 경유승용차의 국내진입을 지연시키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세계 어느나라 기술'로도 달성할 수 없는 배기가스 기준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 엄격한 기준 때문에 승용차로 분류된 카렌스II도 발목이 잡히게 된 것. 경유승용차 시판문제 등 통상이슈와도 직결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방지' 차원에서 경유승용차를 규제하려는 환경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데 반해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산자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어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카렌스II 시판이 계속 허용될 경우 한국의 경유승용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외국차회사들이 '경유차 수입개방 및 시판허용'을 들고 나올게 뻔하다. 정부는 일단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카렌스II를 생산하도록 하고 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경유승용차 문제와 연계해 계속 논의한다'고 얼버무려 놓은 상태다. 어정쩡한 환경부 ="기한인 연말까지 최선을 다해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 환경부는 산자부와의 마찰로 지난 9월 관련 위원회를 탈퇴한 환경단체들이 돌아오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복귀해야 카렌스II에 대한 결론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한 시민단체 =경제장관들이 카렌스II 연장 생산허용 쪽으로 기울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환경단체들은 '연말 생산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시민단체들은 강경 자세를 고수하는 것은 앞으로 '수입차를 포함한 경유승용차 시판 허용'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환경단체 일각에선 카렌스II 단종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동정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 피해 우려하는 차회사 =기아차는 이달 초 환경부에 6개월 생산기한 연장을 공식 요청해 놓고 정부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기가 여전하고 수출도 잘되고 있어 엔진 부품 등을 대량 주문한 상태인데 이대로 단종된다면 부품업계 도산 등 전체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기아차 관계자는 전했다. 전망 =환경부 설득에 따른 환경단체의 위원회 복구여부가 문제해결의 관건이다. 시민단체들로서도 위원회 밖에서 산업현실을 무시하고 반대로 일관했다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해가 바뀌기 전에 위원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있다. 이 경우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경유승용차 시판허용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을 나올 때까지 카렌스II 생산을 계속 허용하는 절충안 채택이 유력하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