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세계적 투자 금융그룹인 골드만 삭스가 경제장관 배출 창구로서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11일 투자분석 업무의 윤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골드만 삭스 경영진들의 워싱턴 입성이 왕성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행정부 장관이나 백악관 비서는 물론 국회의원까지도 골드만 삭스 출신이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 회장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으로 발탁돼 월가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기업 회계스캔들이 터졌을 때 의회에서 맹활약했던 존 코자인(민주당·뉴저지주) 상원의원도 골드만 삭스 회장을 역임했다. 대통령 비서실 차장으로 백악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시 볼튼도 골드만 삭스 런던사무소에서 법률 및 정부 업무를 총괄했다. 볼튼 차장은 칼 로브 대통령 정치고문과 함께 직위를 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경질된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 후임의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스티븐 프리드먼도 골드만 삭스 회장을 지냈다. 볼튼 차장이 골드만 삭스에서 인연을 맺은 그를 린지 수석의 후임으로 강력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 삭스가 미 행정부의 인재 파이프라인으로 부상한 것은 역사가 꽤나 깊은 편이다. 골드만 삭스의 '전설'로 통하는 시드니 와인버그 회장은 2차대전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정책조언을 가장 많이 했던 인물 중 하나다. 1990년대 초에는 존 화이트헤드 전 회장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 출신이 행정부에 잘 팔리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기업 분위기가 독불장군식 개인주의보다는 실용적 팀플레이나 합의 도출을 중시하기 때문에 타협이 필요한 행정부에 쉽게 적응,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자인 의원은 "골드만 삭스는 전통적인 기업과 달리 수평적이고 설득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반면 월가의 역사가인 찰스 가이스트는 "뛰어난 자질과 머리를 가진 젊은이들이 골드만 삭스의 명성에 반해 들어와 40~50대에 엄청난 부(富)를 쌓게 되면 정부에서 일해 보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이스트는 "골드만 삭스에선 이미 2천만달러(2백40억원) 정도의 돈을 번 뒤 뭔가 다른 일을 찾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 삭스 출신이 이처럼 행정부에 폭넓게 포진함에 따라 경제정책은 물론 외교정책 토론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