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명가인 진로가 지난 9일 증권거래소로부터 매매거래 중단 조치를 받음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거래 중단은 외부감사인이 진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지만 상장폐지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진로측은 "올해 도입된 상장법인 관리강화 조치에 따라 퇴출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며 "하지만 내년 2월 말까지 해외자금을 들여올 예정이어서 화의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폐지 불가피할 듯 진로측은 상장폐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지만 작년의 경우 특별한 규제가 없어 상장폐지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관리규정이 강화돼 거듭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상장사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게 돼 있다. 진로측 반응은 담담하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진로는 10일 지난해와 올해 '감사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진로 주식은 상장폐지돼 장외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진로의 현 상황은 진로는 취약한 재무구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소주 판매 등 장사는 남부럽지 않게 잘 하고 있지만 순매출(4천여억원)보다 빚(1조6천여억원)이 훨씬 많다. 특히 2003년부터가 문제다. 올해까지는 화의조건에 따라 이자만 물어왔지만 내년부터는 원금상환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운용에 심한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의조건에 따르면 진로는 내년부터 매년 이자와 원금을 합쳐 약 5천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 부담을 진로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진로는 소주 시장의 52∼5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5천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출을 막아내기란 버거울 것이라고 주류업계는 보고 있다. ◆진로의 대책 진로측은 화의절차를 충실히 지켜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는 점에 대비,금년 초부터 종합적인 자금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진로측이 밝힌 회생 프로그램은 △해외자금 조달 △진로재팬 매각 △보유 부동산 매각 등 3가지다. 해외자금 조달의 경우 미국 등 해외투자자들과 접촉 중이며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자금을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일본내 계열사인 진로재팬과 부동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김상수 홍보담당 이사는 "해외 투자자들이 진로의 영업력이나 시장점유율 등을 좋게 보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