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세상. 컴퓨터와 전자메일이 등장하자 종이가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를 종이로 프린터해 보관하고 중요한 전자메일도 인쇄한다. 종이의 쓰임새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 인쇄용지의 고급화 선호와 고객의 요구 다양화로 종이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백판지(산업용 포장재), 골판지(박스), 신문용지 등도 호황이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선 등 특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제지 신무림제지 한국제지 계성제지 신호제지 등은 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정도였다. 일부 제지업체는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제지업계는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까지 국내에서 소비된 종이는 5백13만5천 톤 정도였으나 올들어서는 3.4분기까지 5백42만6천t이 소비돼 6% 정도 늘었다. 인쇄용지의 경우 고급 인쇄용지의 수요가 늘어나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간 종이소비는 2000년 6백76만4천t, 2001년에는 7백4만9천t이었으며 올해는 7백50만t을 휠씬 상회할 것으로 제지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인쇄용지의 원료인 펄프가격의 하향안정화도 제지업체들의 실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