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반미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차별화된 행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두 후보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촉구하면서도 반미기류 확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SOFA개정 서명 등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취했다. 노무현 후보는 9일 여중생사건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로부터 SOFA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 대한 서명을 요구받고 "서명을 하거나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영합하는 것"이라며 서명을 거부했다. 노 후보는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하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여러분과 똑같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같은 논의가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불안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단기적으론 SOFA운용을 개선하고,장기적으론 제도 자체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부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언급은 한·미관계의 안정을 바라는 보수층의 정서를 파고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김대중 정부하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반미가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일부 대선후보들이 반미를 악용하려 하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현 정부와 민주당 등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규택 총무는 "일부 급진과격세력이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과거 노무현 후보를 생각하는 것 같아 착찹하다"고 노 후보를 겨냥했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8일 범대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OFA개정 등을 요구하는 서약서에 서명한 뒤 "두 여중생의 통분의 죽음에 대한 국민의 심정과 고통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분히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우려를 반영하는 동시에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20,30대와 개혁성향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후보들마저 반미정서에 편승,이를 득표전략의 소재로 삼고 있는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창·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