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연말 풍경] 술에 찌든 '망년회' 싫다..건전한 연말로 頌年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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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직원들은 지난주초 박노빈 사장의 e메일을 받았다.
연말연시를 맞아 직원들 모두가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먹고 마시는 소비적인 송년 행사는 이젠 과감히 떨쳐 버리고 모두가 건전하고 보람있는 송년 행사로 단합과 보람의 기회를 마련해 보자"는 제안이 담겨 있었다.
삼성에버랜드가 "송년(頌年;한해를 노래하자)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펼치게 된 계기다.
이 회사 유통사업부 강북지사 직원 90여명은 연말연시를 쓸쓸히 혼자서 보내는 노인들을 위해 김치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으로 송년모임을 대신했다.
리조트 사업부 공연단은 삼육재활센터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이벤트로 송년행사를 갈음했다.
리조트 사업부 식음료팀은 직원들 각자가 1년 동안 맛본 음식중 "베스트 10"을 선정한 뒤 가족을 불러 함께 즐거운 송년모임을 가질 계획이고 골프문화사업부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개최한다.
흥청망청한 분위기 대신 다양한 이벤트로 송년모임을 보내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뜻깊은 한해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때론 조용한 연극이나 콘서트를 함께 보며 자칫 들뜨기 쉬운 연말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기도 한다.
이랜드는 "김밥 송년회"라는 이색 이벤트를 준비했다.
80년대 초반 회사출범 때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근무현장에서 김밥을 말아 먹곤 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그 당시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뜻에서 매년 27~31일에는 김밥을 만든다.
이 회사는 또 사업부내 "10대 뉴스"와 1년간의 모습들을 정리한 영상자료 등을 함께 보거나 촛불을 켜놓고 한해동안 고마웠던 사람이나 내용을 돌아가며 발표할 예정이다.
의류업체인 나산은 13~14일 이틀동안 조치원 국제연수원에서 내년도 사업계획 설명회와 세미나를 겸하면서 "생산적인" 송년회를 보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송자 전 교육부장관이 "변화와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개그맨 서동균 씨가 참여해 사업부별 장기자랑대회도 개최한다.
제일모직은 임직원의 단합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 사장부터 사원까지 함께하는 사내 농구대회를 열고 사랑의 바자회도 열 계획이다.
사내 패션쇼도 곁들여 진다.
이 회사 관계자는 "디자인 실장이 직접 디자인한 옷에 대한 코디법을 임직원에게 소개함으로써 직원들의 패션감각도 높여 주고 애사심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T 벤처업체들의 송년나기는 더욱 기발하다.
다음은 이달 말 4백여명이 되는 직원들이 가족과 동반해 한 자리서 송년회를 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송년회 준비 태스크포스트 팀"까지 가동될 정도.
엔씨소프트도 6백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연말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를 선정해 단체 관람할 계획이며 넥슨은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델아구아다"홀을 통째로 빌려서 식사와 공연을 함께 한다.
개인휴대단말기 업체인 제이텔은 전직원이 경기도 분당 율동공원에서 번지점프를 하며 한 해를 마감할 계획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