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부활)은 끝났다.다음 목표는 밸류 업(가치제고)이다." 일본 재계에서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48)은 최고의 뉴스 메이커다.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정부관료 및 일반 국민들에 대한 영향력에서 그를 능가하는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화제성에서 단연 "으뜸"의 대접을 받는다. 곤 사장이 가는 곳은 어디든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지고 그의 말 한 마디,한 마디는 신문 지면을 큼직하게 장식한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그의 구조조정 사례를 교재로 출판,학계에서도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게 됐다. 그는 일본 재계의 이방인이다.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브라질 태생이지만 프랑스로 유학해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쳤다. 대학졸업후 타이어메이커 미쉐린에 입사,최연소 북미지역담당 사장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미쉐린에서 르노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그는 르노의 최고영업책임자(COO)로 일하다가 지난 99년 3월 닛산자동차에 "점령군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르노는 닛산의 최대주주다. 곤 사장은 오는 2005년 퇴임하는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 겸 CEO의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3년전 그가 일본을 건너왔을때만 해도 보수적인 재계와 언론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곤 스타일"이 부실기업 회생의 비법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그에 대한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그는 산더미 같은 부채와 적자에 짓눌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던 닛산자동차를 단기간에 건강한 정상 체질로 회복시켰다. 이제는 닛산을 근육질의 초일류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며 공격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곤 혁명"의 진가는 닛산이 지난 3년간 걸어 온 궤적과 각종 지표상의 변화가 잘 말해준다. 그 요체는 철저한 군살 빼기와 낡은 관행 깨부수기를 바탕으로 한 사고의 전환에 있다. 그는 닛산의 구조조정 핸들을 잡은 지난 99년말부터 2002년 3월말까지 2년여 동안 5천3백억엔 규모의 관련회사 주식과 토지 등을 팔아 치웠다. 사내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주식보유는 경영전략이 아니다"며 돈 되는 것은 가차없이 처분해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99년 3월말 1조4천억엔에 달했던 닛산의 부채는 2년 만에 8천억엔으로 줄었다. 오는 2004년 3월까지는 "부채 제로(0)"의 무차입 경영을 달성한다는게 그의 목표다. 그는 직원을 14만8천명에서 12만8천명으로 줄이고 구매코스트를 20%나 삭감하는 과정에서 "도살자","코스트 커터(원가삭감기)"라는 험악한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닛산의 매출과 순익이 모두 플러스 행진을 거듭하자 비판은 찬사로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중간결산에서 3조2천8백억엔의 매출과 3천4백8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린 닛산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기록하며 일본 자동차메이커들 가운데 가장 "알짜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닛산에 남겨진 과제를 "밸류 업"이라고 강조하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해외 판매대수를 1백만대 수준으로 늘리고,영업이익율을 8%로 끌어올리며,부채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닛산의 몸값을 최정상급으로 높이겠다는 "180"플랜이 "곤 혁명의 제 2막"인 것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 [ 약력 ] 54년 브라질 출생 74년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졸업 85년 미쉐린 남미총괄 CEO 89년 미쉐린 북미담당 CEO 96년 프랑스 르노 부사장 99년 6월 일본 닛산자동차 최고집행임원(COO) 2000년 6월 닛산 총괄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