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닐 재무장관의 사임은 백악관이 경기부진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행정부의 경제팀을 일신하겠다는 의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오닐 장관은 6일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물러난 하비 피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포함한 이들 3명은 경제팀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인물로 경질여부가 주목돼 왔다. 백악관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간선거에서 예상외의 대승을 거두면서 오닐 장관 등 경제팀에 대한 신임을 재차 표명했다. 때문에 경제팀 개각은 없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이날 실업률이 9년만의 최고수준인 6%까지 치솟는 등 경제전반에 우려가 높아지자 백악관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이들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재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판단, 1차로 경제관료 등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닐 장관은 잦은 말 실수로 월가는 물론 의회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했고 린지 보좌관도 의회와 원활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을 그냥 둘 경우 경제회복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져 2004년 대선에서 정치적 짐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후임자는 아직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고 있다. 부시 선거전을 도왔던 제임스 A 베이커 3세 전 재무장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하워드 베이커 주일 대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베이커 전 장관은 워싱턴으로 다시 오는 것을 원하지 않고 베이커 대사는 76세의 고령이라는게 부담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상무장관인 돈 에반스, 텍사스 상원의원직을 퇴임한 필 그램, 온라인 증권사 창설자인 찰스 슈왑 회장 등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린지 보좌관 후임으론 스탠퍼드대의 마이클 보스킨 경제학교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크리스 디머스 소장이 거론되고 있다. 오닐 장관의 교체는 부시 행정부가 출범 2년이 채 안돼 단행하는 경제팀 개각이어서 향후 경제정책의 변화가 주목된다. 오닐 장관과 린지 보좌관은 세금감면을 적극 추진했던 장본인들이다. 백악관은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 감세를 추진, 현재의 감세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오닐의 뒤를 잇느냐에 따라 재정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 재계와 월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