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바닥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한국 기업경쟁력의 실상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의 실적 호전은 일부 대기업의 고수익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라며 "기업들이 최근 실적에 자만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2년 경쟁력 조사'를 인용, 한국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조사대상 49개국중 하위권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조사항목별로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노사관계의 우호성'이 각각 47위를 기록,외국투자자들이 보기에 불안한 구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노동시장'과 '기업 경영환경'에 대한 평가도 각각 27위로 중위권에 겨우 턱걸이했다. 또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비는 매출액의 2.6%로 선진기업(평균 5.2%)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R&D 비율이 7.5%인 반면 인텔은 14.3%, 노키아는 9.6%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함께 한국의 신용등급(S&P 기준 'A-')이 투자등급 가운데 중하위권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선 26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장기 성장을 보장할 차세대 사업을 발굴하고 △CEO(최고경영자) 선발.지원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시장지향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97년말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사회분위기가 재연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