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1테러 직후 항공수요가 격감하자 급한 김에 보너스 마일리지를 남발했다가 불과 1년여 만에 '경영압박'을 이유로 혜택을 줄인다니 경영 예측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됩니까." 지난달 29일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혜택을 줄인다고 발표한데 대해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고객들을 현혹시켰다가 나중에 '나몰라라'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한항공측이 내세우고 있는 '경영압박'이라는 게 스스로 마일리지제도를 무리하게 운영한데서 생긴 결과"라며 "이번 조치가 '자충수'가 되지 않도록 마일리지 공제폭이 어떻게 산출돼 나온 것인지 기준을 밝히고 고객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YWCA도 "전체 유출입 인구의 93% 이상이 항공편을 이용하는 제주도 실정에서는 마일리지 혜택 축소는 항공사의 일방적 횡포"라며 "대한항공측의 이번 처사는 사실상 항공요금 인상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 등의 비난에 대해 대한항공도 할 말은 있다. 요컨대 국내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국 사람은 마일리지를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항공사가 주는 '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이 유별나게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를 감안해 대한항공은 외국항공사와 달리 마일리지 사용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압박해소'라는 단기 경영과제를 해결하려다 '고객신뢰'라는 장기 경영목표에 흠집을 낼까봐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마일리지는 항공사 마케팅의 딜레마일 수 있다. 대한한공이 이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