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7시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의 베니건스 매장. 점포가 들어선 건물이 전면 개보수 공사중이라 어수선하고 출입이 불편한데도 30명이 넘는 손님이 입구에 모여 있다.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웨이팅'행렬이다. 매장 직원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웨이팅 시간이 30∼40분에 달하기 일쑤"라며 "기다리기 싫어 '자리가 나면 곧바로 연락해 달라'며 휴대폰번호를 남기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15만명에 달하는 서울 강남역 일대는 시장규모가 연간 2백5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패밀리레스토랑 상권이다. 지난 98년 TGI프라이데이스가 들어서고 이듬해 베니건스 마르쉐 토니로마스가 차례로 진출하면서 강남역 뉴욕제과 뒷골목 일대는 '외식 메카'로 급부상했다. 이밖에도 까르네스테이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유명한 패밀리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매장을 냈다. 한식 전문 패밀리레스토랑인 '우리들의 이야기'도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점포수가 부쩍 늘었다지만 수요가 더 많아 저녁시간이면 대개 입구에서 한참동안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봄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진 곳에 코엑스몰이 들어선 뒤 다소 타격을 입었지만 금방 예전수준을 회복해 마르쉐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은 한달 매출이 4억원을 오르내린다. 이곳 패밀리레스토랑 상권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대학생이나 20대 후반 직장인 등 젊은층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 가족단위 손님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TGI프라이데이스 김홍근 강남역점장은 "젊은이 4명이 들어와 콜라 한 잔을 시켜 각자 빨대를 꽂고 계속 리필하는 경우도 있다"며 "얄밉게 보이더라도 미래의 주요고객이라 생각해 친절히 모시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패밀리레스토랑 거리에선 주변 극장이나 대형 쇼핑몰 등의 티켓을 가져오면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식의 제휴 마케팅이 활발하다. TGI프라이데이스는 예술의전당 공연 티켓과 인기 메뉴인 케이준치킨샐러드를 5백개씩 맞교환하는 마케팅을 선보였다. 직장인들은 회식이나 데이트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베니건스 박영만 강남점장은 "요즘은 부서모임 장소를 여직원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회식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띈다. 토니로마스 강남역점 채인숙 매니저는 "파티에나 어울릴 법한 과감한 노출의상으로 데이트를 하거나 맥주 1병만을 앞에 두고 몇시간 동안 대화하는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패밀리레스토랑들의 객단가(1인당 평균 식사비용)는 1만5천∼2만원. 최근에는 '해가 가기 전에 한방 쏜다'는 손님이 많아 객단가가 부쩍 높아졌다. 토니로마스의 경우 평소 1만7천원선이던 객단가가 최근 2만원에 근접했다. 대학생 김대준씨(21)는 "패밀리레스토랑의 맛과 문화는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만만찮아 매장에 갈 때는 할인쿠폰을 챙기거나 멤버십카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패밀리레스토랑들은 매출이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12월 성수기를 맞아 요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방학을 맞아 거리로 몰려나오는 젊은이들을 서로 자기네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야전사령관격인 점장들의 세계는 이채롭다. 이들은 일전을 벌이면서도 "하루 한번씩 통화하고 한달에 한두차례 술잔을 기울이며 상권변화나 마케팅에 관한 아이디어를 교환"(베니건스 박영만 점장)하는 등 공생을 모색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