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광고가 진화하고 있다. 12월19일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와 후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대선 관련 광고를 대대적으로 준비했다. 선거광고는 선거철마다 볼 수 있지만 이번 대선 관련 광고는 여느해와 다르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공익광고풍의 광고 대신 음악과 영상미를 적절히 이용한 튀는 광고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선거광고의 질을 높이고 있는 선봉장은 방송사다. MBC는 선거예고방송 "선택2002" 광고를 만들었다. 주로 야간에 방영되고 있는 "시선"편은 일상생활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개표방송에 몰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다. MBC의 간판 엄기영 앵커가 모델로 나와 "대한민국 역사는 재방송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전에 방영되는 "마음"편은 밤잠을 잊고 진지하게 방송을 지켜보는 부부의 모습을 그렸다. 새 대통령 탄생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설렘이 광고에 묻어난다. MBC는 이번 선거광고로 수많은 상업광고들을 제치고 인터넷 사이트(tvcf.co.kr) 인기도 순위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SBS는 MBC보다 일주일 늦게 선거예고방송 광고에 나서며 MBC를 바짝 뒤쫓고 있다. SBS 역시 선거예고방송인 "2002 국민의 선택"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두 편의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모델로 등장한다. "소년"편은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달리는 소년의 밝은 모습을 담았다. 한참 자전거로 숲길을 달리던 소년은 들판에 이르자 두팔을 벌린다. 그의 손에서 사랑 행복 희망 등의 메시지가 솟아오른다. "소녀"편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달려가는 소녀의 환한 웃음 뒤로 "소년"편에 등장했던 메시지들이 등장한다. 후보들의 광고전도 치열하기는 마찬가지. 모두 3~4편이 방영될 예정인 후보 광고들은 현재 1편이 공개된 상태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눈물"편은 월드컵과 파업 현장 등 노 후보가 함께 한 감동과 회한의 장면들을 정지화면으로 보여준다. 뒤이어 흑백톤의 화면에 노후보가 흘리는 한줄기 눈물이 클로즈업된다. 애잔한 음악이 느린 영상과 잘 어우러진다. 이회창 후보의 "버스"편은 안전한 후보를 택하라는 메시지가 상징적으로 표현돼 있다. 시골 버스역. 난폭한 버스 한대가 정류장에 멈춰선다. 불안을 느낀 주민들은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다. 다음 버스를 탄 주민들은 곧 난폭운전을 하던 버스의 사고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탤런트 신구와 소유진을 내세워 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하라는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경비행기를 타고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본 소유진은 "선거에는 신구세대가 없다"며 신구의 이름을 빌어 익살을 부린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