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시적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테오도르 슈토름의 소설 '첫사랑'(윤용호 옮김, 종문화사, 6천8백원)이 번역돼 나왔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추억을 다룬 이 책은 전세계 17개 언어로 번역돼 지구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사랑하는 소녀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첫사랑'은 창작기법중 '틀소설' 형식, 즉 틀-내면-틀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첫 부분은 노인이 산책에서 돌아와 초상화를 보고는 한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추억에 잠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마지막 부분은 회상을 끝낸 노인이 책상으로 다가가 자신의 청춘을 바친 연구를 계속하는 것으로 맺고 있다. 틀에 해당하는 시간은 노인이 산책에서 돌아와 어두운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많은 단편소설과 시를 남긴 슈토름은 바다와 황야로 둘러싸인 고향의 자연을 시로 노래하는 서정시인으로 출발했다. 초기 소설은 아름다운 시적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첫사랑' 외에 '백마의 기사' '바다의 건너편에서' '삼색 제비꽃' 등의 작품이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