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개혁작업이 분기점에 이르렀다. 경제적 자유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란 주주와 회사 경영진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칙이다. 그 목적은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기업지배구조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주식 거래는 매우 활발해졌지만,정부의 막강한 영향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1대 주주인 기업들이 많다 보니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기업 이사회는 통상 정치인들로 채워진다. 다시 말해 경영진이 시장의 원리를 등한시한 채 공산당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무시당하는 사례는 어디서든 쉽게 발견된다. 중국 증권시장은 엉성한 카지노장과 흡사하다. 규율이 잡혀 있지 않다. 상장 기업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지 않으며,기업이 파산하거나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법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주주의 권리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주주들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기업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원측의 논리다. 증권시장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자 외국인들은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실정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교육연금 기금인 캘퍼스가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연기한 게 그 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상장 기준을 대폭 강화,규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수년간 적자를 기록 중이던 상하이수이셴전기실업을 상장 폐지시켰다. 오는 12월부터는 중국정부로부터 승인 받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상하이와 선전증시에서 A주식과 국채에 제한적이나마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상당한 발전이다. 기업 스스로 변신하려는 노력도 긍정적 신호다. 얼마전 중국 제1의 석유회사인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월가에서 일하던 외국인 은행가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도 뽑아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다른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 등도 경영진이 기업 경영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회사 내규를 바꿨다. 경제 뉴스를 다루는 언론이 속속 등장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차이징(財經)'이란 잡지는 정보의 '정확성'이 높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분명 정치 권력으로부터 경제가 독립해 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기업지배구조가 선진화되면 중국의 정치 개혁도 자연스레 진행될 것이다. 이른바 '주주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정치 부문도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중국의 기업들이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춘다면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으며,기업 공개도 그만큼 수월해질 것이다. 중국의 기업들이 '정부'가 아닌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함께 달성될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리처드 어윙 닉슨센터 연구원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Corporate Governance Can Drive China's Reform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