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날(11월30일)을 며칠 앞둔 요즘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무역업계를 이끄는 책임자로 하루에도 몇 개나 되는 행사에 참석하고 빡빡한 인터뷰 일정 등을 소화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게다가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동원그룹 최고경영자로서의 '본업(本業)'도 챙기다 보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그러나 김 회장의 마음은 예년에 비해 한결 가볍다.


수출이 생각했던 것보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국이래 사상 처음으로 누적 무역수지가 올해 흑자로 전환된 것도 김 회장에게는 뜻깊게 다가온다.



김 회장은 요즘 공식석상에 가면 항상 '복합무역' 얘기를 꺼낸다.


그가 말하는 복합무역이란 상품무역을 고도화시키는 동시에 서비스 무역을 다른 하나의 원동력으로 삼아 한국경제를 선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하면 으레 상품, 특히 공산품 수.출입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물류 관광 금융 같은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특히 한국은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과거보다 경제성장 엔진으로서의 역할이 떨어진 상품무역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이런 복합무역 전략을 구상하게 된 것은 바로 중국 시장의 위협 때문이다.


"값싼 인건비와 땅값으로 무장한 중국 시장의 성장은 한국에 있어 가히 위협적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 IT분야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중국이 따라잡을 거랍니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지리적으로 한국만큼 상품무역과 서비스 무역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 좋은 나라도 없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지도를 바로 놓고 보면 한반도는 대륙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도를 한번 거꾸로 돌려 놓고 보세요. 한반도가 해양에서 대륙으로 오르는 교두보이자 육지에서 바다로 나가는 시발점이란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동북아의 관문이라는 잇점을 최대한 살려 물류 중심지로 육성해 단순한 제조업 기지가 아니라 각종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한반도를 탈바꿈시키자는 얘기다.


김 회장은 복합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찬반논란이 팽팽한 영어 공용화 도입도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우리 국민들도 네덜란드 같은 유럽의 강소국 젊은이들처럼 2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회와 문화 상관습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상품을 세계 시장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죠."


이런 이유에서 김 회장은 청년무역인력사업, 대학생 해외견문단 파견 등 젊은이들의 국제적인 시야를 넓히는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엔 한국을 동북아 허브로 키우자는 전략이 삐걱거리고 있는 것 같아 김 회장은 못내 답답하다.


그는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들이 동북아 중심지 역할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부처이기주의와 정치권의 간섭 때문에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갈길이 먼데 벌써부터 취지가 흐려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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