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24일 "노조가 법과 원칙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로 단체교섭을 장기화시키고 있어 23일 0시를 기해 단체협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중 단체협약이 일방해지돼 무단협 상황에 돌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노사간의 대립심화 등 파문이 예상된다. 두산중공업 노사는 26일부터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나 쌍방의 견해차가 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초의 단체협약 해지=두산중공업측은 "단체협약 해지는 노조가 법과 원칙을 무시하기 때문에 취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단체협약 해지는 노사교섭이 무한정 길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 노사 한쪽이 상대방에게 단체협약 해지를 알린 후 6개월 안에 새로 단협을 체결하거나 기존 협약상의 미합의 사항을 합의하지 않으면 협약이 효력을 잃게 된다. 특히 노조 전임자 불인정 및 사무실 폐쇄 등으로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체결됐던 권리의무 관계가 효력을 상실해 노조활동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임금이나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기존 근로조건은 유효해 개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두산중공업 사측이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지난 5월22일.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교섭 시작단계부터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금속노조의 기본협약안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이날 파업에 들어간 데 대한 대응책이었다. 양측은 유예기간인 6개월 동안에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팽팽한 노사입장=회사측은 "지난 4월22일 이후 7개월여 동안 52차례의 임금·단체협상을 벌여왔지만 노조가 조합원의 임금이나 복리후생과는 상관없는 불법파업 관련자에 대한 징계,고소·고발,민형사 소송철회 등을 고집해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사측이 마지못해 징계와 법적처리를 철회했던 공기업 시절의 전철을 밟을 경우 불법파업이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측은 일방적인 단협해지를 '노조 길들이기'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사측이 노조간부와 조합원 80명을 중징계하고 월급 및 재산 가압류와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는 등 노조탄압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망=노사는 26일부터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측은 기존 단체협약상의 임금인상 부분 등 미합의 부분에 대해선 재협상에 나서겠지만 징계 및 법적소송 철회는 재협상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해 효력이 소멸한 단체협약상의 노조권리를 그대로 보장하면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노조원 징계 및 법적처리 문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재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다만 25일 개표결과에 관계없이 회사와의 재협상엔 응하기로 했다. 박방주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은 "25일 오전중 재파업등에 대한 공식적인 노조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회사와 이미 재협상을 갖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징계 및 소송철회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재협상은 난항이 예상되나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47일간의 파업으로 9백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을 양측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