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양상엔 두 극단이 있다. 한 쪽 극단은 '독점'이다. 여기엔 경쟁자가 없다. 가격을 자기가 혼자 매길 수 있다. 비용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 무조건 사야 한다. 자연히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독점 상태는 모든 경영자의 꿈이다. 반대로 소비자에겐 최악이다. 독점의 반대편에는 '완전 경쟁'이 있다. 이론적으로 무한한 수의 경쟁자가 있는 경우다.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얼마나 가격을 낮추느냐의 싸움이 되다보니 판매가격이 때론 원가 이하까지 내려간다. 감당하지 못하는 회사는 퇴출된다. 소비자들에겐 천국이지만 경영자들에겐 지옥이다. 사업이 이런 경쟁의 스펙트럼 어디쯤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독점쪽에 가까울 수록 기회가 많고 완전경쟁쪽에 자리매김되면 망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역량을 갖고 있으면 회사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누구나 다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제든 더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될 운명에 놓인다. 노동력 잉여시대가 오면서 고용시장은 완전 경쟁쪽으로 자꾸만 옮겨가고 있다. 이런 추세엔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고경영자(CEO) 시장도 점차 독과점형에서 완전경쟁형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엔 삼성 출신이라야 삼성 사장이 되고,LG에서 커야 LG 사장이 될 수 있었다. 기업규모가 작을 경우는 오너와의 친분 등도 크게 작용했다. 알게 모르게 진입장벽이 높았다는 얘기다. 환경은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주주 또는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면서 감시의 눈이 많아졌다. 사장을 공개 채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기다 요즘 재계에 떠도는 소문대로 삼성이나 LG가 올 연말께 상징적으로 외국인을 CEO로 스카우트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시장은 이제 한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경영자의 능력을 중요한 잣대로 본다. 구조조정전문가가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부실기업은 주가가 폭등하는 일이 생겨날 것이다. 안철수연구소처럼 '유명한' CEO가 경영하는 회사는 기업광고에 특별히 돈 들일 일 없이 기업이미지를 높여갈 수 있다. CEO의 경쟁력이 회사 운명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차별화(differentiation)'다. 차별화는 자신이 어떤 수준인지를 냉정히 평가할 수 있어야 가닥을 잡을 수 있다. 경영자들은 혹 자신이 '1회용' 범용제품 수준은 아닌지 자문할 때다. 그런 숙제를 사원들에게만 내주지 말고 말이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