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씨의 단편 가운데 '싸게 사들이기'라는 것이 있다. 주인공은 청계천 중고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찾아 주인 몰래 몇 장 찢어낸 뒤 나중에 다시 들러 없는 부분을 트집 잡아 싸게 산다. 대다수 사람들이 헌책 한권도 마음놓고 사기 힘들 만큼 궁핍했던 60년대 이땅의 단면인 셈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됐어도 갖고 싶은 물건을 싸게 사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가격부담 때문에 쉽게 장만하기 어려운 건 특히 더하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 이른바 명품의 저가 구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샤넬' '루이 뷔통' '에트로' '페라가모' '프라다' 등 명품을 찾는 사람들의 변은 비슷하다. 비싸지만 디자인이 특별하고, 튼튼한 데다 아껴서 다루게 돼 오래 쓴다는 것이다. 여기에 명품을 지녔다는 '기분'까지 더하면 충분히 제값을 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매사에 알뜰하면서도 한두 가지쯤 명품을 지니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옷은 적당히 입고 대신 가방은 페이즐리 무늬가 독특한 에트로를 들거나, 다른 건 몰라도 지갑 하나는 루이 뷔통을 갖고 다니는 식으로 멋도 부리고 '폼도 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싸게 살까 고민할 때가 많다. 물론 일부 고객중엔 가격보다 '대우'를 중시하는 수도 있다지만 보통은 시중가보다 싼값에 손에 넣었으면 하고 바란다. 수입명품을 싸게 구입하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다. 인터넷의 명품쇼핑몰, 국내 면세점, 수입업체에서 실시하는 할인행사를 이용하는 것 등인데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형편과 취향에 따라 잘 따져보고 선택하는게 바람직하다. 젊은층에서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명품쇼핑몰 중엔 삼성몰 인터파크 CJ몰 LG이숍 등 여러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곳이 많지만 한두 가지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곳도 있다. 시중가보다 20~25% 싸지만 짝퉁은 거의 없고, 다만 간혹 재고를 신상품과 섞어 파는 곳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여기서 판매되는 건 백화점이나 면세점 판매품과는 다른 통로로 수입되는 것인 만큼 시중 매장에서 바꾸거나 에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가끔 외국에 갈 기회가 있거나 주위에 해외출장이 잦은 사람이 있으면 면세점을 이용하는게 좋다. 시중가보다 평균 20% 싼 데다 수시로 15% 가량 세일하고 VIP카드 소지자에겐 5%를 추가 할인해 주므로 잘만 하면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4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VIP카드는 요청하면 만들어 주는데다 일단 등록되면 세일 등 행사를 할 때 안내엽서를 보내준다. 단 면세점의 물건은 외국인, 특히 일본인의 취향에 맞춘 것이 많아 시중보다 색상이 다소 어둡고 품목 또한 덜 다양하다. 또 선물을 하거나 바꿀 때에 대비, 영수증과 교환권을 꼭 챙겨야 한다. 내국인의 구매한도는 2천달러.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판매가는 같지만 세일률이 낮고 부가서비스도 적은 만큼 가능하면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는게 낫다. 수입업체의 할인행사는 보통 7월과 1월 호텔 등에서 열린다. 할인율은 한시즌 전 제품이 30% 정도. 가방을 제외한 옷이나 구두 넥타이 스카프 등이 주종이지만 에트로에선 간혹 시즌이 끝난 뒤 본사에서 추가생산한(인기상품중 원단이 남았을 때) 가방을 팔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히 받을 수 있는게 장점.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 널리 알리지 않고 일부에게만 우편이나 전화로 통보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하므로 잘 챙겨야 한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