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이크론과 독일 인피니언이 한국 D램 업체를 대상으로 보조금문제를 제기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업계에 보조금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제소에 대해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았고 마이크론사에도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마이크론이 이탈리아 및 싱가포르에 있는 자사의 시설 확장을 위해 두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98년 TI사로부터 D램 사업을 인수할 때 이탈리아 남부의 아베차노 공장과 싱가포르의 조립전문 합작회사 TECH사 지분을 함께 사들였는데 마이크론이 이들 공장을 확장하면서 보조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피니언도 지난해 5월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지역에 있는 공장을 증축하면서 지방정부로부터 1억9천2백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 보조금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한 낙후지역개발보조금으로 인정받아 합법적으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부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줘도 되지만 지방재정이 턱없이 부족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LCD가격 하락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 TFT-LCD업체들의 경우도 정부가 5세대 설비투자자금 조달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CPT(칭화픽처튜브)사의 경우 정부 지시로 지난달 타이완은행 등 20개 은행이 1백90억 대만달러를 신디케이트론으로 대출해 주기로 결정했다고 최석포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또 AUO와 QDI가 각각 1백50억 대만달러를 조달하는 등 4개 업체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정부 조율로 총 6백15억 대만달러(약 18억 미달러)를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대만은행들이 정부 지시로 대출을 승인했지만 부실우려 때문에 집행을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대만정부는 또 LCD설비 도입시에는 일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산하연구소에 1억4천만달러 규모의 LCD연구시설과 함께 매년 1억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부가가치 LCD로 한국 대만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지난 2월 정부 주도로 '액정최첨단기술개발센터'를 설립,차세대 LCD 개발에 필요한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LCD설비 도입시 관세 8%를 정상부과하고 있으며 올해 9월부터는 LCD연구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동원증권의 김성인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LCD는 사실상 각국 정부가 간여하고 있는 국책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부과 가능성에 대해 최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의 적자는 반도체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조금에 따른 피해를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