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한 민간차원의 교류확대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돛을 올렸다. 2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중·일 비즈니스 포럼 참석자들은 각국의 공동이익을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지역경제 협력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1백63개의 자유무역협정과 2백60여개의 경제협력체가 존재하는 등 세계적으로 경제 블록화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같이했다. 지난 97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3국간 경제협력 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부충격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3국의 경제단체와 민간기업 대표 3백여명은 동아시아 FTA협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이를 위한 기반조성에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전자 기계 철강 섬유 등 7개 업종별 포럼도 같이 열려 분야별 협력과제도 설정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에서 1백여명,중국에서 60여명의 기업인들이 대거 참가,성황을 이뤘다. 당초 2백여명이 사전예약을 했으나 현장에서 등록하는 국내외 기업인들이 쇄도해 참석인원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과 일본 대사들도 동북아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간 접촉에 앞서 민간기업간의 교류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빈 주한중국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포럼을 계기로 삼국간 경제협력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라다 데루스케 주한일본대사도 "동북아 3국은 세계경제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이번 포럼이 자유무역협정의 토대가 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각 국 대표의 기조연설에 이어 오후에 열린 각 산업별 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유승록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역장벽의 완화,투자 기술 공동표준 등 포괄적 협력을 위한 철강 공동체를 제안,눈길을 끌었다. 일본 가와사키제철의 바다(馬田一) 상무도 생산능력 과잉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별 포럼결과 보고에서는 다양한 공동협력 과제가 발표돼 이 행사의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방안 마련과 차세대 신기술 개발정보 교류 등 공동협력 5개 과제를 선정했다. 섬유분야에서는 수급불균형과 과당경쟁,통상마찰 등의 현안을 논의키로 했다. 기계분야 포럼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에너지 절약형 기계개발을 공동과제로 정했다. ○…각 국 경제단체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3국 경제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모임이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동북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며 "내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재계회의에서 후속 조치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