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자] 原油 덜쓰는 경제구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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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주름살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여부에 따라 유가가 덩달아 춤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일 배럴당 27.75달러로 급등했던 두바이유는 이달 14일 21.80달러까지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중동정세가 급변할 경우 유가가 단숨에 급등할 공산이 크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지극히 민감한 한국이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한국은 에너지 소비량의 97%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탓에 유가 등락이 전 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무역수지가 7억5천만달러 악화되고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기름값도 0.7%포인트 가량 인상돼 기업의 생산원가가 0.3%포인트 상승하고 물가는 0.17%포인트 오르게 된다.
국내 경제가 유가 급등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미국의 테러참사와 대테러전쟁으로 한때 국제 기름값이 30달러선을 넘나들었던 지난해 하반기를 돌이켜보면 한눈에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연일 급등세를 보인 유가 때문에 국내 경제의 침체 국면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비축유 방출과 차량운행 10부제 등 강도높은 처방을 고려할 정도로 위기감이 감돌았다.
기업들은 늘어나는 원가 부담에 속앓이를 했고 유가 상승분만큼 공들여 모아놓은 외화가 속절없이 빠져나갔다.
문제는 국제 유가 급등이 한국을 엄습할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데도 국내 경제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 200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인구는 각각 세계 12위, 25위에 그쳤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1억9천2백만TOE(석유환산 t)로 세계 10위에 달했다.
특히 전량 해외에서 도입하는 석유의 경우 한국은 세계 4위 수입국이자 6위 소비국이다.
지난해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1.8%)와 전세계(1.5%)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과다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국제유가 변동에 덜 민감한 경제구조로 가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소비자 개개인이 '에너지 파동'을 피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절감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2000년 이후 매년 급등락을 반복하는 국제 유가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 유가가 상당기간 30달러대의 고공 비행을 지속, 국내 경제에 암운을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통상 이슈로 번지고 있는 지구촌 환경문제도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한국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최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조속히 발효시켜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 감축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분명한 의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진국의 거세 압력에 무작정 반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도하 개발 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핵심 의제에 환경을 포함시키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다소비의 결과인 만큼 에너지 소비를 줄여 나가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를 저소비형으로 바꾸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제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에너지 소비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이용 효율을 높여 소비증가율을 낮춰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에너지 관련 설비와 전기기기를 고효율 장비로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특히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에 육박하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장기 저리자금 융자와 세액공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절약형 제조공정을 개발,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도록 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노후 보일러와 전기시설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 기업 스스로 에너지 비용 절감에 나설 수 있도록 연간 5천TOE 이상의 대량 에너지를 쓰는 업체를 중심으로 자발적 협약(VA) 체결을 유도하고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사업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아파트 등 건물의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제도를 확산시키는 한편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평균 연비제도(CAFE)를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정부는 소비자 개개인의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조명시설을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각 가정에서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의 사용량과 비용을 손쉽게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통합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도 올해안에 시범 보급할 예정이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은 "에너지 쇼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자원 자력 개발과 대체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며 "고효율 가전기기 사용과 과도한 승용차 운행 자제 등 단기 절약 노력만으로도 에너지 소비량의 8%(약 26억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