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 KOREA] 에릭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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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이 한국회사를 사들이는 인수합병(M&A)은 단순히 투자나 한국 시장 진입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국기업의 진출이 한국 경제에 반드시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여러면에서 성공사례다.
스웨덴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 기계부문을 인수한 것은 지난 98년 5월.
삼성중공업 기계부문을 인수한 뒤 굴삭기를 제외한 다른 사업을 과감히 잘라내면서 인수대금 5억달러 외에도 연구개발(R&D)센터와 물류기지를 짓는데 돈은 계속 쏟아부었다.
다른 외국 기업이 삼성의 계열사를 인수한 뒤 삼성 브랜드를 발판 삼아 국내 진출에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이 회사는 삼성 브랜드도 떼어버렸다.
스웨덴의 굴삭기 공장은 폐쇄해 버렸다.
에릭 닐슨 사장은 한국에 투자하게 된 배경을 "중국이 10년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확고부동한 전망이 아시아 시장 전체를 부각시키면서 볼보도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볼보의 굴삭기 수출기지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다.
이 회사 매출은 99년 3천6백억원에서 지난해 5천3백억원으로 뛰었다.
만성적자이던 수익구조도 흑자로 돌아서 지난해 5백54억원 흑자를 냈다.
삼성 계열사일 때는 내수가 주력이었지만 지금은 연간 6천대의 굴삭기를 만들어 70% 이상을 수출한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핵심이냐 비핵심이냐죠. 삼성그룹 안에 있을 때는 핵심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자를 내더라도 부모가 은행 계좌에서 돈을 꺼내 먹여 살려주지만 볼보 안에선 굴삭기가 핵심 사업입니다."
볼보그룹은 지난 99년 주력사업이던 승용차부문을 미국 포드에 매각(99년)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마치고 상용차와 건설기계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굴삭기는 건설기계사업내에서도 20%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아이템이다.
하지만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성공을 거저 얻은건 아니다.
특히 닐슨 사장은 타이틀이 연봉보다 중시되는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볼보식으로 조직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직급을 많이 없앴더니 임직원들 사기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왜 그런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죠."
회의에서는 임원들이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으려해 난감했다.
그는 "처음엔 영어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이유는 상사의 말을 듣고 따르는데 익숙한 유교 문화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닐슨 사장을 포함한 10명의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던 것처럼 1천2백명의 한국인 임직원들도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직급에 대한 미련과 종신고용을 포기해야 했고 노력보다 결과로 인정받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본사 인력 90명중 50명은 매일 아침 두시간씩 영어 회화 수업을 받는다.
50주짜리 이 프로그램을 위해 회사가 지출하는 비용은 1인당 최고 7백만원이다.
닐슨 사장은 "변화를 정착시키는데 절반은 성공했다"며 "본사에서도 성공한 투자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개개인의 자질은 훌륭하고 다른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데도 뛰어나지만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사고방식을 혁신해야 아직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