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 상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3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미 경제가 대이라크 전쟁위기, 증시 침체, 회계부정 스캔들에 둘러싸여 '불안하고 취약한' 상황이라며 소프트 패치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소프트 패치란 골프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페어웨이 등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공을 치기가 여의치 않은 일부 지점을 가리킨다. 그린스펀 의장은 FRB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도 경기침체 위험에 대비한 '보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미 경제가 둔화 또는 정체상태에 있지만(softening or stagnant) 현재까지는 그같은 추세가 하강 쪽으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과 디플레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금리(1.25%)가 너무 낮아 더 이상 인하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과 관련, "필요하다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으며 금리인하 외에도 국채 매입과 같은 경기부양 도구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가 예상대로 회복될 경우 금리정책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부진한 기업 투자와 관련, 이라크전 및 회계 부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전쟁 위험과 관련해 FRB가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며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경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