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선택의 기로에 선 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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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은 40년 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인들이 느꼈던 공포와 분노를 한국의 국민들에게 안겨줬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북한은 당시 구소련보다 훨씬 비이성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보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더 걱정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만큼 참을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한국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은 5년여의 임기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다.
이른바 햇볕정책을 통해 김 대통령은 북한이 어떤 나쁜 행동을 하든 더욱 많은 대화와 경제 원조를 역설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은 현실을 도외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기업인들은 북한 문제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북한이 핵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오는 12월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한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대통령후보도 "대화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대화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북한 문제에 있어 '전략적 상호호혜'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개발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내년 2월부터 한국을 통치할지는 미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국은 한국에 3만7천여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와 군사적으로 연계됐을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관련돼 있다.
70년대 경제 번영,80년대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에는 통일이 이뤄지고 미군의 주둔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미군이 한반도의 안보를 보장하기보다는 통일의 장애물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현실을 도피하는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보를 위해 미국에 의존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대화를 통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일이 조용히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고,경제개혁에 나서며 언젠가는 한국과의 통일의 길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은 몽상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문제가 해결되기만 하면 부시 행정부는 분명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설지,연합군을 결성하거나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부시의 외교정책을 보면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로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불량국가를 제거하는 데 나설 것은 확실하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손을 털고 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위협에 스스로 대처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미국보다는 한국과 일본에 더욱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취하든 분명한 것은 그것이 대화를 위한 대화에 집착하는 정책은 아닐 것이란 점이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적대시할지 아니면 혼자서 북한과 마주해야 할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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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카렌 E 하우스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이 13일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한 'South Korea's Tough Choic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