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코앞에 뒀던 삼성이 볼넷과 폭투를 남발한 배터리 불안속에 자멸했다. LG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삼성은 3승1패로 앞서 1승만 추가하면 꿈에도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7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벌떼작전'으로 총력전을 펴고도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와 포수 진갑용의 불안한 수비속에 볼넷 9개와 사구(四球) 2개, 폭투3개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삼성은 1회초 마해영의 2점홈런으로 기선을 잡는 듯 했지만 공수교대 후 마운드에 오른 선발 오상민이 상승세를 타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중간안타로 출루한 LG 이종열이 허를 찌르는 2루 도루에 성공하자 움찔한 오상민은 마르티네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까지 저질러 2사 2, 3루를 자초했고 결국 박연수의 2타점 적시타에 2-2 동점을 허용했다.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현욱도 박연수, 이병규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고 3번째 투수 배영수마저 3회 최동수의 좌전안타로 1점을 내준 뒤 계속된 1사 1,2루에서 폭투까지 범해 귀중한 1점을 내줬다. 삼성은 4회 박정환의 희생플라이와 김종훈의 적시타로 4-4 동점을 만들었지만 승부의 분수령이 된 6회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가 또 한번 화를 불렀다. 우익선상 2루타로 출루한 LG 톱타자 유지현이 3루까지 훔쳐 2사 3루의 위기를 맞은 원포인트릴리프 전병호가 박용택 타석때 포수 진갑용의 다리 사이로 살짝 빠지는 와일드피칭을 저질러 뼈아픈 실점을 해야 했던 것. 7회에도 바뀐 투수 임창용이 연속안타에 이은 볼넷으로 2사 만루를 자초했고 포수 진갑용은 이종열의 좌전안타때 좌익수 김종훈이 송구한 공을 잡았다가 떨어뜨리는 수비 실책까지 범하며 잡을 수 있었던 2루 주자에게도 홈플레이트를 내줬다. 4-8로 뒤지던 삼성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마해영의 3점홈런으로 7-8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배터리 불안이 엎지른 물을 주워담기에는 이미 때늦었고 결국 대구구장에서의 1승을 기약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