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 외국계 기업인 A사는 미국 영국 등 해외 연구인력을 10여명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해외연구원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 사항은 1년에 한번씩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본국에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사이언스카드 골드카드 등 일정수준 이상의 학력이나 경력을 가진 외국인력에게 3년간 복수비자를 허용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이언스 카드(이공계 석사 이상 외국연구원 대상)는 지난해 12월 도입이래 72명에, 골드카드(IT전문 외국인력 대상)는 지난 2년동안 1백13명에 각각 발급됐다.


A사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새로 채용된 인력에만 이 카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그 대상을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계 다국적 기업인 B사는 최근 아시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장소를 찾아 나섰다.


회사측은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3개국을 후보지로 놓고 2개월여동안 R&D 환경을 검토한 후 보고서를 작성, 경영진에 제출했다.


수차례 회의 끝에 A사는 싱가포르에 R&D 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법인 설립 절차, 우수 연구인력 및 설비 확보,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 혜택,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한국의 경우 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최근들어 다국적 기업의 R&D센터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세제 지원 등 각종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국기업에 파격적 혜택을 주는 경제특구 법안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 핀란드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국을 동북아 R&D 허브로 키우기 위해서는 외국기업과 연구센터 유치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 =외국 인력 유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외국인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인 교육시스템을 우선 구축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임금 현실화 및 세금 감면 등 임금 관련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취업으로 인한 연구인력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영주권 문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기술정보 관리체제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한국의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투자비는 일본 과학기술정보센터(JST)의 절반 수준이다.


DB 축적량은 일본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기술수명이 짧아지면서 기술동향 정보분석 기술예측 등 정보활용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외국기업 R&D센터가 이를 활용하기에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기술 사업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술 사업화와 관련한 펀드가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으며 사업화를 위한 R&D 평가체제도 미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신기술을 개발한 후 특허를 받는데 평균 21개월이 걸린다.


프랑스의 8개월, 독일의 10개월, 미국의 13개월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린다.


그 이유는 심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허 심사관 1명이 맡는 업무는 미국의 5배에 이른다.


표준 품질 시험인증 디자인 등도 외국 연구소를 유치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외국보다 앞선 환경 만들어줘야 =한국을 R&D허브로 만들기 위해선 외국기업에 세계최고 수준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그렇지 않고는 외국기업이 굳이 한국에 R&D센터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외국기업의 연구활동 지원 제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출자총액제한 제도다.


한국으로 자금을 들여와 국내 대기업과 합작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 해도 국내기업이 총액제한에 걸려 투자계획을 백지화할 수 밖에 없는것이 현실이다.


외국기업에 영업시작 후 5년동안 법인세를 완전 면세해 주고 추가 투자할 경우 면세혜택을 4년동안 연장해 주는 대만과 판이하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국내 기업보다 면세 확대 등 세제혜택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 디자인센터의 백민석 상무는 "R&D센터의 경우 인력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곳에 배정되는 병역특례 인원을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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