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 "역동적 대우문화 살려야죠" .. 닉 라일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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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라일리(Nick Reilly) GM대우자동차 사장의 별명은 '미스터 로직(Mr.Logic)'이다.
면도날 같은 논리와 명쾌한 설명이 주특기다.
상대방이 감히 논쟁에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달변이기도 하다.
요즘 GM대우차 수뇌부는 하루 8시간씩 부평 본사에서 각종 전략회의를 연다.
한번 시작했다 하면 세시간이 기본이다.
대부분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라일리 사장은 특유의 날카로운 논리와 폭넓은 시야를 앞세워 회의를 리드하고 정리한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토론 역시 마찬가지다.
첫 직장인 GM에서 전 세계의 주요 사업장을 두루 섭렵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과 생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라일리 사장이 냉철하고 차가운 영.미계 최고경영자(CEO)의 모습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영국의 웨일즈 태생이다.
'공정함과 패자에 대한 관용'을 중시하는 것이야 말로 웨일즈인들의 자부심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이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글로벌 경쟁의 패배자'인 옛 대우자동차를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회의 석상에서 다른 외국계 임원들이 대우차에 좋지 않은 얘기를 하면 즉각 이렇게 제지한다.
"대우차는 신속한 의사결정에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회사였다. 반면 GM은 좋은 네트워크와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느리다. 우리는 대우와 GM의 장점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
라일리 사장이 강조하는 GM대우차의 비전은 '또 다른 GM 계열사'가 아니다.
옛 대우차가 갖고 있던 진취적 기업문화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살린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한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새로운 로고에 'GM식 문양'을 배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라일리 사장은 서구식 경영시스템을 GM대우차에 섣불리 적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인사 문제의 경우 대다수 임원들은 1백% 실적을 기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식 스타일을 가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직의 안정, 직원들의 정서, 리더십 등도 승진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대우자동차(옛 부평공장)와의 융화 문제 역시 GM대우차 내부의 논란거리였다.
일부 임원들은 GM대우차 사보를 부평공장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회사 정문에 인천대우차 간판을 거는 것에 반대했다.
각종 생산 인센티브를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반응까지 보였다.
전혀 다른 회사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하청공장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라일리 사장은 "어차피 인천대우차는 나중에 우리와 같은 회사가 된다"는 말 한마디로 이들을 일축했다.
측근들은 이 때문에 라일리 사장의 진정한 장점은 비상한 두뇌나 논리력이 아니라 '사려 깊은(thoughtful)' 판단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라일리 사장은 대외관계를 전담하는 김정수 부사장에게 기업외적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짜라고 지시를 내렸다.
김 부사장은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하면서 숨돌릴 틈도 없이 돌아가는 회의의 틈바구니에서 시간을 어떻게 빼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라일리 사장은 GM대우차의 국내시장 연착륙을 확신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근면성과 우수한 인적 자질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그러면서 경쟁업체이자 국내 최고의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비교적 훌륭하게 정립된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다소 낡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시장에서 한참 앞서 달리고 있는 선두업체 현대차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에 다름 아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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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49년 영국 웨일즈 출생
<> 74년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졸업
<> 75년 GM 디트로이트 디젤 입사
<> 78~84년 GM 벨기에.미국.멕시코 지사 근무
<> 84년 복스홀(GM 영국자회사) 애프터서비스 부문 총괄 책임자
<> 90년 복스홀 제조담당 이사
<> 94년 GM 유럽지사 품질부문 부사장
<> 98년 복스홀 회장
<> 2002년 GM대우자동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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