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익의 질과 수준을 따진 것은 장사를 잘 하는 회사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주식투자가에게 장사를 잘 하는 회사가 반드시 좋은 투자대상은 아니다. 투자가에게 좋은 회사란 장사를 잘하면서 동시에 주가도 싼 회사다. 장사를 잘 하는 회사 대부분은 이미 주가가 올라있기 때문에 좋은 회사이면서 주가가 싼 회사를 찾기란 쉽지않다. 그러면 좋은 회사이면서 주가가 싼 회사를 찾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주가가 싸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 보자. 1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1주의 가격은 34만1천원이고 하이닉스는 4백55원이다. 그럼 하이닉스의 주가가 삼성전자의 주가보다 싼 것인가. 대답하기 어렵다. 어떤 회사 주식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것을 알려주는 무슨 수학공식이나 물리법칙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때 배웠듯 어떤 물건의 가격이란 그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과 팔겠다는 사람이 시장에서 만나 흥정함으로써 결정된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팔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떨어진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지금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알 수가 없다. 주식이란 사실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이것이 값을 가진 이유는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가진 가치의 일부를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즉 체중계가 몸무게를 알려주듯이 이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당연히 그것의 일부를 갖는 권리인 주식의 가격도 올라간다. 따라서 주식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알려면 주가와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가치와 비교해야 한다. 주식의 가격이 기업의 가치보다 더 높게 거래되면 비싸고,더 낮게 거래되고 있으면 싸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가치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장사를 잘 한다 못한다,경쟁력이 있는 회사다 아니다"라는 것을 알아낸다해도 이 가치를 숫자로 나타내기란 어렵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것은 순이익이다. 순이익이 회사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진 않지만 회사의 가치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를 그 회사의 이익으로 나눠 배수를 만들고 이 배수를 기준으로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판단한다. 이것을 우리는 주가수익비율(PER=Price to Earnings Ratio)라고 부른다. 주가수익비율이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의 가격이 1주에 1만원이고,기업의 순이익이 1주에 1천원이면 PER는 1만원/1천원=10이 된다. 즉 기업이 만드는 1원의 이익에 주식시장에서는 10원의 가격을 매겨서 사고파는 것이다. 순이익이란 회사가 1년간 장사해서 모든 비용을 다 주고 남은 것이다. 즉 주주의 몫으로 남은 이익이다. PER가 10이라는 말은 투자가는 1원의 이익을 얻기 위해 10원을 투자한다는 뜻이다. 만약 어떤 회사의 PER가 20이라면 투자가는 1원의 이익을 얻기 위해 20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PER가 10인 회사에 비해 같은 1원을 얻는데 2배나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므로 이 회사의 주가는 앞의 회사보다 더 비싸다. 즉 PER가 높을수록 이 회사의 주가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가 지난 2주 동안 살펴 보았듯이 회사가 같은 1원의 이익을 내더라도 회사마다 그 이익의 질과 수준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겉으로 나타난 이익은 같은 1원이라도 이익의 질과 수준이 높은 회사는 당연히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 PER가 낮은 회사의 주식을 사라는 말에는 "서로 비교하는 회사의 이익의 질과 수준이 똑 같다면"이라는 말이 생략돼 있다. < sazuha@beste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