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마음은 곧 천진한 부처님이야.모든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배워야 해." '가야산 호랑이'로 불릴 만큼 엄격했던 성철 스님(1912∼1993)은 누구보다도 어린이를 좋아했다. 어린 아이를 보면 꿀밤을 먹이거나 볼을 꼬집으며 장난을 걸었다. 아이들과 놀다가 다친 적도 있었지만 제자들이 어린이들을 막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며 순수한 '천진불'이기 때문이다. '천진한 부처 성철 스님'(북앤피플, 8천5백원)은 어린이들에게 성철 스님을 알려주는 책이다. 공광규 시인이 성철 스님의 삶을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전해준다. 출가와 치열했던 구도행, 엄격한 자기관리와 끝없는 학구열, 누더기 한 벌과 몽당 색연필로 상징되는 검소함 등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일러준다. "불공이란 남을 도와주는 것이지 절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불공은 밖에 나가서 하십시오. 남을 돕는 것이 불공이지 다른게 불공이 아닙니다." 성철 스님은 신도들이 가져온 음식을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면서 "중생을 돕는 것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자와 신도들에게 "남을 위해 기도하고 수행하라"고 가르쳤다. 동화작가 정채봉씨를 만났을 땐 인간답게 바로 사는 방법을 이렇게 들려주기도 했다. "자기의 근본이 가치 있다는 걸 먼저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순금인 줄 알면 순금인 자기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먼지 같은 물질을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송광무 화백의 한국화 40여점이 성철 스님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어린이와 동자승의 표정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만큼 천진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