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의 과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동남아에서 넘어온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에게는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아시아경제, 힘의 이동'(박번순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1만2천원)은 이처럼 간단찮은 문제를 풀려고 시도한다. 책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1960년대 이후 동아시아 경제의 성장과정과 성장동인, 경제위기, 중국의 부상과 다른 동아시아국가와의 상호작용, 동아시아가 공동 번영하기 위한 방안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동아시아 경제의 과거와 현재 및 상호작용을 분석해 두 개의 큰 흐름으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일본주도에 의해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끌었던 과거의 성장모델이 세계적인 지역화, 동아시아 기업의 기술수준 수렴, 중국의 부상 등에 따라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같은 경쟁체제로는 동아시아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며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성장이냐 퇴보냐의 중대한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고 전제한다. 둘째로 저자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기정사실로 본다. 중국 내부의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이제 도약과정에 있다고 믿고 있다. 또 고도 성장하는 중국은 주변국들에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다가설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이 주도했던 과거의 동아시아가 세계화를 통해 성장했다면 중국이 주도하는 미래에는 지역화를 통해 역내에서 총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내부의 협력, 특히 실물경제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풍부한 자료와 분석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경제의 상호관계에 집중한 나머지 일본 중국 등 개별 국민경제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이 책의 단점이다. 그러나 풍부한 자료를 이용해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관찰대상으로 삼아 과거와 현재를 추적하고 미래를 조망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책이다. 중국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중국을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시각에서 차분히 조망하는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류상영.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