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동조합이 '1백대 기업 대출자료 원본(대출건철.Loan File)' 등 은행 실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기습적으로 탈취하는 사태가 발생, 조흥은행 매각작업이 시작단계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28일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조흥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8시30분 실사 담당 부서인 본점 자본관리실을 기습적으로 점거, 현장에 있던 서류는 물론 부서 직원 모두의 컴퓨터와 디스켓을 빼돌렸다. 노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IR(기업홍보) 자료뿐 아니라 은행 경영에 대한 중요 정보들은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본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매각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노조가 가져간 자료중 1백대 기업에 대한 대출자료 원본은 인수희망자가 자산건전성 파악을 위해 반드시 요구하는 핵심적인 자료"라며 "노조가 끝까지 내놓지 않으면 매도자(정부)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조흥은행 인수후보로 선정한 4개 회사는 신한금융지주회사 컨소시엄,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대만의 후본(富邦)금융그룹과 미국계 한 금융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4개 회사는 내달 11일까지 실사를 벌인 뒤 인수가격 등 최종 매입조건을 내달 19일까지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내달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실사기관에 뽑힌 신한지주컨소시엄엔 다국적 투자회사인 워버그핀커스와 프랑스의 BNP파리바은행이 참여했다. 일본 신세이은행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인수한 아오조라은행(옛 일본채권신용은행)과 미국계 투자회사인 리플우드홀딩스가 주요 주주인 은행이다. 대만의 후본금융그룹은 지난 8월 대만 타이베이은행을 인수한 금융그룹으로 한국 금융계 진출을 오래전부터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석.김인식 기자 chabs@hankyung.com